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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빙과> 때부터 느꼈지만 주제 선정,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스타일 자체가 제 취향이라서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고전부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는 역할 배분이 절묘하게 되어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주인공인 고전부원 4인의 포지션 선정을 훌륭하게 해 놓고 학교 곳곳에 시선을 흩뿌려 놓으니 축제의 분위기가 정말 잘 전해졌습니다. 이 정도로 학원제 분위기를 잘 살린 소설은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작품은 산만해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는데, 사실 이 작품도 복선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조금 산만해지긴 합니다. 하지만 사이즈가 원체 큰 이야기가 아니니까 헷갈리거나 그럴 일은 없어요. 조금 헷갈려도 금세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오레키의 동선이 간소화되어 있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인데, 장점을 들자면 탐정 역인 오레키의 분량을 줄여 일상과 비일상의 배분을 매우 절묘하게 했다는 점, 단점을 들자면 해결부가 다소 무리하게 진행되는 점이 그렇습니다. 범인을 밝히는 과정을 최후의 최후로 미뤄 살짝 역순으로 보여주는데, 그 때문에 안정감 있게 진행되던 템포가 약간 비약합니다. 의도적이었겠지만, 오레키의 시선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범인을 밝히는 과정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집니다.

다른 고전부원들은 학원제 나흘간 각자 의미 있는 경험을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작품의 진상을 듣는다든지, 가치관에 반하는 행동을 해본다든지, 친구처럼 변화해보고자 무리한 목표에 도전한다든지. 그런데 오레키는 그럴만한 게 없죠. 다른 아이들이 발로 뛰어다닌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으니까.
그래서 작가는 오레키를 위해 '볏짚 부자 프로토콜'도 만들고, 중요한 과제인 '괴도 십문자 잡기'도 남겨 두지만 이건 오레키 호타로 개인에게 별 의미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의 경험이 의미 있는 것은, 그것이 '매우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물물 교환 릴레이나 범인 찾기는 개인적이기에는 다소 모자란 사건이죠. 일어나든지 말든지 하는 작은 해프닝, 혹은 문집을 팔기 위한 방편이에요.


이 점은 같은 시리즈의 전작 <빙과>나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보여준 오레키-사건의 관계와 비교해 보면 더 잘 드러납니다.
<빙과>에서 오레키는 사건에 차츰차츰 휘말려 들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졌고, 최후에는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영문 모를 분노까지 느낄 정도로 깊이 공감하게 되죠.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는 이리스에게 휘둘려서 거짓 진상을 밝혀냈다는 자괴감에, 그 사실을 부원들에게 지적 당했다는 사실까지 겹쳐 폭주해서 진상을 밝혀냅니다. 이 두 사건은 오레키가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오레키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이 겹쳐서 오레키와 전혀 상관 없던 사건이, 개인적인 사건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도식으로 그리면 이렇게 됩니다.


동료들이 사건을 가져옴->동료 때문에 추리를 함->추리가 잘못되었다는 게 밝혀짐->잘못을 고치기 위해 진상을 추리해냄


<빙과>와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이 도식을 따라서 '에너지 절약주의자'를 자청하는 오레키 호타로가 명탐정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또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쿠드랴프카의 차례>는 거기까지 들어가지는 않죠. '십문자 사건'은 오레키나 고전부원 동료들에게 개인적으로 개입해 들어오지 않아요. 반대로 고전부원들이 문집을 팔기 위해서 공격해 들어가죠. 그래서인지 오레키와 사건간의 관계는 이전과 다르게 조금 멀고, '십문자의 진상을 추리해냄'에서 '십문자를 협박하여 문집을 팔아치움' 사이에 약간의 비약이 발생해요. 이해는 되면서도 공감은 되지 않는 정도의 아주 미묘한 비약이죠.


그런데 또 이렇게 비약을 해서 결국 보여주고자 했던 진상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요는 '저녁에는 송장이'라는 작품 속 가상의 추리만화를 둘러싼 두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한 축은 고전부원 이바라 마야카가 만화 연구회 부원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작품인 '저녁에는 송장이'의 내막에 서서히 접근해 가는 과정이고, 또 하나는 탐정역 오레키 호타로가 '십문자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중에 '저녁에는 송장이'라는 작품이 사건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한 축입니다.
그런데 첫작 <빙과>에서 이미 학원제의 속칭인 '간야제'가 비극적인 이름임을 설정하고 들어가서일까요? '저녁에는 송장이'라는 작품에 얽힌 이 두 이야기도 약간 쓸쓸하고, 조금은 비극적이며 어딘가 씁쓸한 느낌으로 막을 짓네요. 학원제의 떠들썩한 밝은 면과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면을 배치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솜씨가 정말 감탄이 나오도록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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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2

일기 2013. 1. 3. 00:25

00

새해가 밝았다는 사실이 그렇게 즐겁지 않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겠지


01

밝았다는 말 때문에 밝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 마냥 밝은 일은 하나도 없단다

옛날에는 나도 밝아지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 같은데 그래봤자 변하는 게 없더라

변하기를 바라야 변하지


02

사실이 아닌 것을 지어내고, 상상력으로 현실을 몰아내고 하는 작업이 너무 힘들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적고 거기에 상상력을 덧대어서 조금 비트는 정도는 어떨까?

실제로 있던 일들을 사실대로 적어낸다는 것이 가능할까?


03

30억 명이 있으면 30억 개의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게 내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만들 수 없는 사람. 더이상 거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지 못하는 사람.

그렇지만 거기에 아직도 어렴풋한 희망으로 매달려 있는 사람.

밤의 끝에 매달린 자.


04

2013년에는 더 많은 거짓말을 해야겠다. 더 많은 사실들을 주워담아 더 쓰레기 같은 거짓말로 덧칠해야지.

그렇게 해서 보기 좋고 사기 좋은 무언가가 튀어나오면 나의 승리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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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01

일기 2012. 10. 12. 05:55

0

막이 내리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1

어둠이 떨어지자 두런거리는 모습이며 웅성이는 소음 모두가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긴 듯도 하고, 짧은 듯도 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져, 어둠 속에서 주인공을 밝혀냈다. 그는 마치 처음부터 빛 속에 서 있던 것 같았다. 그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마치 내리쬐는 빛을 빨아들이듯, 그가 가슴 깊이 심호흡을 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움직이는 때가 바로 극의 시작이었다. 그가 눈을 뜨는 때가 막이 오르는 때였다. 모두가 그의 감긴 눈꺼풀이며 부풀어 오른 흉곽을 애타게 바라보면서, 막이 오르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펄쩍 뛰었다. 팔을 치켜올렸다. 그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고 무대를 선뜻 가로질러 나갔다. 어둠을 아랑곳 않는 동작이었다. 당연한 것처럼 빛이 그를 따라갔다.

그가 디딘 곳에 땅이 생기고 그가 수그린 곳에 물이 생겼다. 이윽고 그가 눈을 뜨자 빛이 폭발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빛이 내리쬐지 않는 곳이 없었고, 그 온기로 무대가 가득 찼다. 찬란한 빛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어둠을 치워냈다. 그의 몸짓 한 번 한 번에 무대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어디선가 탄성이 터졌다. 무대는 어느새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그 곳은 바라는 자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주는 세계였다.


지켜보던 이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무대로 올라섰다. 주인공이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거기에 지지 않겠다는듯이 다른 이들도 하나 둘 무대에 뛰어들었다. 주인공은 참을 수 없다는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는 아직 무대에 올라갈지 말지를 어영부영 고민하는 어둠 속의 사람들에게 뛰어들어, 그들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이끌었다. 마치 나와 함께 춤추지 않겠냐는 마냥. 사람들은 그의 손에 이끌려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맨발로 물을 튀기고 흙을 밟으며 춤췄다. 그리고 춤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쳤다. 그것이 바람이 되고 불꽃이 되었다.


축제가 끝나자 주인공은 빛을 등졌다. 사람들은 지쳐서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빛 속의 사람들에게 절하고 어둠속으로 조용히 걸어나갔다. 빛이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가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1.1

신의 빛, 신의 불, 신의 바람, 신의 물


알의 빛, 알의 불, 알의 바람, 알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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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시작이 어렵다. 그리고 중간이 어렵고 끝이 어렵다.


아무것도 아냐. 



1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앞을 보면서 뒤를 본다. 시작을 보면서 끝을 짐작한다. 하나를 보면서 열을 알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끔은 하나도 제대로 못 보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작하려는 이유가 뭐지? 그리고 그 이유가 소중하다면,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당장 시작해.

그러고 나면, 봐, 그건 아무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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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3

일기 2012. 6. 3. 02:43

0

오늘은 블로그가 전혀 끊기지 않는다. 어제 그건 뭐였던 걸까?

 

 

1

아침 겸 점심으로 물냉면을 먹고 누나와 홈플러스에 놀러 다녀왔다. 오늘은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누나가 이불을 빨았고 나는 이불을 걷었다. 내일은 빨래를 걷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내일 목욕과 방 청소를 마저 끝내고 싶은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2

오늘 미루고 미루었던 '그림쓰기'를 읽었다. 홍창수 교수님의 작품인줄을 모르고 읽었는데 읽고 나서 알아차렸다. 그런데 교수님 정말 재미없어요... 리포트를 쓰기 싫은데 지금 C도 간당간당한 상태라 이번에마저 쓰지 않으면 위험하다. 게다가 저번 과제도 교수님 공연을 보고 리포트 쓰는 거였는데 전혀 쓰지 않아서 교수님이 나를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떡해. 교수님 만든 건 진짜 재미없는데! 차라리 야겜 리포트를 쓰겠다.

 

 

3

요즘 엑셒 몇몇 사람들에게 딸감을 제공하고 있다. 전혀 피드백이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잘 보고 있는지 혹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지만, 게시판의 미묘한 분위기를 통해서 다들 만족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무사고가 제일이며 가장 훌륭한 국치는 통치자를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따라 자게가 조용한 이유가 혹시 교도소에 포르노를 배급하자 사고가 줄어든 것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취향은 조금 궁금하긴 하다. 그래도 주말간만 열심히 보내고 주중에는 고민을 해봐야겠다.

 

 

4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 보냈던 그라비아 아이돌 시노자키 아이의 영상을 지금 보면서 이 글을 작성하는 중이다. 시노자키 아이가 탐스러운 육체를 뽐내며 카메라를 보고 미소짓고 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굉장히 어색한 미소이다. 행동이나 연기 같은 것도 전부 보여주기이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빤히 보인다. 역시 진심과 허위심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하지만 시노자키 아이가 내 눈앞에서 저런 행동을 한다고 해서 내가 그것의 진위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사람 경험이 극도로 적다. 그것을 장점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그것은 물론이거니와 사람 경험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이용하고 무기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시노자키 아이가 드물게 밝게 웃었다. 물이 즐거운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지만 뚫어져라 카메라를 바라보고 웃는 일은 그렇게 즐거워보이지 않는다. 저것도 노동인 것이다.

 

 

5

부의 미래를 필사하면서 몇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그것은 문장의 정보량이 확 늘어난 것과 문장 호흡이 길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두 가지가 전부 등가하게 상승한 것은 아니다. 문장의 정보량이 아직은 호흡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호흡을 강하게 만들어야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 문장의 길이나 문단의 단단함이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글이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외형적 요소일 뿐이다. 호흡은 문학적인 힘의 근원이다. 긴 호흡을 위해서는? 일단 체력을 길러야겠지. 읽는 체력과 쓰는 체력 모두.

 

 

6

엑셒에 나의 게으름을 조금 밝혔다. 달리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받았는데 정말 옳은 말이다. 주기적으로 달리고 싶다. 그렇게 하면 내 알러지성 만성질환들도 고칠 수 있고 스트레스도 많이 풀릴 것이다. 요새 몸이 너무 물러지고 게을러져서 걱정이다. 이런 몸으로 글의 힘을 논하는가. 안될 말이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글을 낳는다.

 

 

7

저녁으로 롯데리아에서 더블타워 버거와 그릴치킨 버거를 먹고 왔다. 그릴치킨은 어디에서 먹어도 맛있지만 더블타워는 메가맥을 뛰어넘는 훌륭한 맛이다. 오리지널 메가맥을 먹어보지 못하고 할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근 맥도날드에서 홍보했던 가짜 메가맥보다는 이것이 더 맛있다. 비록 덜 두껍더라도 말이다.

 

 

8

홈플러스에 가기 전에 누룽지와 산책했다. 똥이 정말로 마려웠는지 세 번이나 배설했다. 가져간 똥봉지가 모자라서 마지막 배변은 발로 치워서 겨우 길가로 밀어놓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욕을 할 것을 생각하니 좀 부끄러웠다.

 

 

9

지금 막 시노자키 아이가 '바스켓볼을 하자'면서 농구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익숙한 폼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나 웃음은 가식이 아니다. 어색하지만 숨을 색색거리면서 뛰는 모습이 보기 좋다. 공 들고 어색한 웃음이나 지어대는 것보다 뛰어 노는 것이 훨씬 예쁘다. 생각해보니 어린아이구나. 더 뛰어놀 나이 아닌가. 왜 성이 상품이 되어서는 안되는가. 그 해답을 조금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다.

 

 

10

야후 웹툰이 곧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야후 웹툰에서 볼만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귀귀의 귀갤과 기안84의 단편을 모았다. 귀귀는 전작이 있기는 하지만 도저히 볼만한 수준은 아니고 기안84는 생각보다 연재력이 좋아서 놀랐다. 귀귀의 귀갤은 지금도 연재중인 작품인데 사람들의 평은 '정신줄을 놓았다'고 한다. 내가 보아도 도저히 대한민국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할만한 내용은 아닌데, 솔직히 재미있다. 귀귀가 야후 웹툰 서비스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 같아서 유쾌하다.

 

 

11

이전에 쓰던 글을 마저 써야 하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적절하게 이어질지 모르겠다.

텍스트 기반의 게임과 비주얼 기반의 게임이 같은 기법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텍스트 게임이 어째서 더 유저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가? 그것은 공백의 문제이다. 공백이 많을수록 사람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는 많아지고 꽉 차있을수록 사람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는 적어진다. 당연한 것 아닌가? 꽉 찬 방에 집어넣을 수 있는 물건이 많은가 아니면 비어있는 방에 집어넣을 수 있는 물건이 많은가?

그렇지만 유저가 언제나 게임에 유익한 상상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는 얼마든지 게임의 세계를 나쁜 쪽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유저가 있다. 그들은 버그를 찾아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사람들에게 재미로 해를 끼친다. 그렇기때문에 관리자들은 유저를 통제하려고 애쓰며 작은 버그라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도된 공백은 이러한 통제가 필요없다. 애초에 만들어두지 않은 액션으로부터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매우 개인적인 만족감뿐 아닌가. 말하자면 이렇다. 게임 속 캐릭터의 감정구현을 실제 캐릭터의 모션으로 구현한 게임은 실제로 유저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내장된 표현으로 구현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모션이 전혀 내장되지 않은 게임은 유저가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내 구현할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도구만 주어진다면.

즉 텍스트 기반 게임은 텍스트라는 도구를 통해서 유저로부터 이미지를 상상하게 하는 게임이고, 비주얼 기반 게임은 이미 그것을 유저에게 주어준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의 상상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텍스트 기반 게임이 더 많은 것이며 게임의 개발자에 의해서 적절하게 유도된 것이라면 그 상상력은 게임의 세계를 더 풍족하게 만들 것이며 게임의 생명력을 높여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예로 들었던 게임인 에라 메가텐은 어떠한가. 여기서 제공하는 텍스트 기반의 전투대열과 맵 지도가 과연 유저에게 비주얼 기반보다 더 나은 이미지를 제공하는가? 정답은 NO이다. 이것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에라토호의 세계관은 게임의 목적상 인물, 그리고 인물간의 관계만을 최소한으로 구현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모든 부분은 생략된다. 그렇기 때문에 맵은 그저 인물의 배경에 불과하며 장소는 오로지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만 사용된다. 심지어 대부분의 경우 장소는 생략되며 맵은 그저 유저가 너무나 손쉽게 목표를 탈취할 수 없게 만드는 미로이다. 둘째, 이러한 장소의 사용은 게임의 목적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작자들의 배경에 대한 이해도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이 더나은 세계관의 배경을 구현하여 에라 시리즈에 넣을만한 이유가 있는가? 물론 그런 식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그것을 구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수고가 들어가며 그 대가 역시 적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대가는 돈이 아니라 조교를 통한 쾌감을 말하는데, 여기에 장소 이미지가 과연 얼마만큼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백그라운드 이미지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에라 메가텐이 텍스트 기반으로서 다른 비주얼 기반 게임보다 더 나은 이미지를 제공하는 부분은 과연 어디인가? 그것은 인물의 묘사와 스토리 진행이다. 이는 다음에 이어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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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2

일기 2012. 6. 2. 01:27

0

사실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티스토리가 뚝뚝 끊기는 현상이 일어난다. 혹시나 싶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껐다가 켜봤는데 그것도 소용벗고, 컴퓨터가 원인도 아니다. 컴퓨터의 워드 프로그램은 이상없이 잘 돌아가고 동시에 켜놓은 음악 역시 끊김 없이 잘 흐르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은 수초에 한 번씩 계속해서 끊김으로서 나를 빡치게 만들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은 어제에 이어 글을 쓰 ㄹ수가 없고... 그냥 에라 시리즈에 대한 글만 워드로 마저 완성해서 내일 쓰겠다. 오늘은 평범하게 집에서 지냈다. 누나와 세 끼니를 같이 먹었고 유리를 닦고 방청소를 조금 하고 빨래를 돌렸다. 주말은 더 주말답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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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1

일기 2012. 5. 31. 04:36

0

또 얼마만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주에 나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그것은 내가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두 과목을 드랍한 것이다. 이제 그 수업들에 나는 나가지 않는다. 점수는 예상컨대 F. 다들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할 테지만 마음만은 편안하다. 다음 학기 때는 절대로 듣지 않을 과목에 대한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조금 더 실력을 쌓으면, 그리고 조치원생활이 더 안정되면 그때는 재수강해서 점수를 올릴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내가 이 수업들을 듣는 건 불가능하다.

 

 

1

에라 메가텐을 그만두었다. 중간고사 시즌부터 요 1달 반 정도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게임이다. 이 게임이 내게 준 영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비 비쥬얼 기반의 가능성과 다른 하나는 통제의 쾌감이다.

비非 비쥬얼 기반이라는 것은 현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미지의 과다 범람으로 인해 문자 해독력이 떨어지고 사람들에게 집중이란 개념을 앗아간 시대이다. 여기서는 즉각적이고 명확한 이미지만이 수용되고 지속적이고 다의적인 문자개념은 사라진다. 이런 시대에 비쥬얼이 중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게임 역시도 점점 비쥬얼을 진화시키고 더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비쥬얼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에라 시리즈는 이러한 상식을 전면에서 부정한다. 이는 에라 시리즈의 철학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것이 동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내가 플레이했던 에라 메가텐의 경우는 ATLUS의 여신전생 시리즈를 포함한 데빌칠드런 어드벤처, 페르소나 시리즈를 아우르는 거대한 세계관을 꿰뚫는 게임이다. 이 많은 시리즈들을 통합하고 데이터화하는 것은 ATLUS 회사 오리지널, 혹은 현존하는 어떤 거대 기업이라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이나 혹은 십수 명에 불과한 동인 제작자들은 텍스트 기반이라는 해법으로 이것을 풀어냈다. 사실 동인환경에서는 드문 것이 아니다. 일본은 인터넷 기반 자체가 텍스트 위주이며 동인 게임들 역시 저비용 게임인 텍스트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해온 것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이러한 기반에는 언어적 한계로 인해 한문 학습이 우리보다 심화되어 있는 점, 그리고 출판 시장의 거대함, 독서의 보편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일본인들의 텍스트 수용 능력은 우리 대중보다 한단계 위이며 그 제작 수준 역시 전반적으로 우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동인계의 제작 환경과 일본의 제작 기반을 생각했을 때 텍스트 기반 게임으로 에라 시리즈가 제작된 것은 필연적이며, 이는 또한 '거대한 세계관의 다양한 인물들을 입맛대로 조교한다'는 에라 시리즈의 테마를 적절하게 소화하는데 필수적인 흐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동인계에서도 현재 주류인 비쥬얼 계 게임과 비 비쥬얼 게임이 에라 시리즈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물론 아무리 일본 동인계의 기반이 텍스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문화산업의 시대적 흐름, 그리고 그에 다른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수요 변화는 비주얼에 그 흐름을 두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전통적인 텍스트 게임의 성지였던 일본 동인계역시도 비쥬얼로 그 중심을 옮긴지 오래이며 그것이 오히려 월희나 쓰르라미 울적에 같은 텍스트 중심 게임의 성공을 이례적인 성공으로 불리게 했던 것이다. 에라 시리즈는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주류에 역류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에라 시리즈에는 단 하나의 이미지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기호로 이루어진다. 그나마 RPG적 요소가 가미된 메가텐에서는 전투 대형, 그리고 모험을 하기 위한 맵의 이미지를 제시하지만 그것 역시도 기호로 전부 이루어져 있다. 인물의 이미지는 오로지 묘사를 통해서 유저에게 상상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에라 시리즈의 비주얼이란 오로지 상상이며 모니터 속에 구현된 것이 아닌, 유저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텍스트 매체가 가진 특징이기도 하다. 텍스트는 묘사를 통해서 대상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그것은 그것을 읽는 독자의 머릿속에만 존재한다. 즉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독자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비주얼 기반 게임이 제시하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 방향이다. 비주얼 게임은 완전히 고착화된 하나의 형상을 다수의 유저에게 제시하고 사람들은 제시된 하나의 공통된 이미지를 공유한다. 그렇지만 텍스트 기반의 작품들은 동일한 묘사를 통해서 독자에게 이미지를 제시하지만, 독자들이 공유하는 부분과 공유하지 않는 부분의 차이가 생긴다. 왜냐하면 만약 텍스트 생산자가 묘사 대상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 내장 기관과 크기와 무게, 그리고 색깔과 형태에 이르기까지 매우 세밀하게 묘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모든 독자의 머릿속에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 이유는 각 독자가 텍스트를 읽거나 받아들이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거 때문이다. 물론 비주얼적인 이미지 역시 수용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 비주얼 이미지의 확정성은 비 비주얼 기반의 매체의 확정성과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그것은 우리가 실물을 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실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상상하는 것이 차이이다.

이러한 비 비주얼 이미지의 특징은 단점이 될수도 있지만 장점이 될수도 있다. 특히 에라 시리즈와 같은 거대한 세계관에서 이러한 비 비주얼이라는 특징은 강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다른 세계관과의 공유를 고려하지 않고 만든 각기 다른 수 개의 세계를 짜맞춘 이러한 게임은, 필연적으로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오류를 텍스트 기반 게임은 행간으로 처리해버린다. 즉 자세한 언급이 없더라도 어떠한 뉘앙스를 풍김으로서 의문없이 설득당하게 만든다. 이러한 것은 시나리오의 고급 기술이다. 그렇지만 비주얼이 제시되는 매체에서 이러한 기술을 쓰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이 드는 반면에 텍스트 기반에서는 단순히 몇 가지 단서와 의식의 흐름을 이동시키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해낼 수 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 역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텍스트 기반과 비주얼 기반의 난이도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같은 원작의 작품이라도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주인공이 수영하던 여자와 웃으며 대화하다가 다음 장면 바닥에 쓰러져있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과 코맥 맥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주인공이 가출한 여자아이와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다음 챕터에서 그의 부인이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같은 사건에 대한 비슷한 연출 기법을 보여주지만, 이상하게도 작품이 암시하는 바는 소설 쪽이 더 명확하다. 보여주지 않은 부분은 소설쪽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다음에 서술하기로 하겠다. 일단 일기를 이어가야 하는데 다른 곳으로 너무 많이 새어나간 것 같아서 말이다.

 

 

2

오늘 점심 겸 아침으로 베이컨을 구워 먹었는데 밥솥에 밥이 벌써 한 달을 넘겨서 완전 쉬어 있었다. 그래서 베이컨만 먹고 밥은 봉지에 싸서 버렸다. 그러면서 누나가 오늘 서울에 올라가기 전에 싱크대에 상한 식재료들을 버린 걸 발견했는데, 그중 조개가 완전 상해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그래서 당장 봉지를 뜯어서 상한 국물을 씻어내고 당장 음식물 쓰레기들을 모아서 밖에 버렸다. 밖은 비가 오고 우중충했다.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쓰레기를 버렸는데도 안심이 안될 정도로 지독한 냄새였다.

 

 

3

수업을 드랍한 것과는 별개로 나갔어야 할 수업도 안 들었다.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그러면 다른 것으로 공부를 보충하면 되지, 싶어서 진중권씨의 미학 강의를 덜컥 구매해버렸다. 십오만 원이나 하는 패키지이다. 덕분에 1년 동안 심심하지 않게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게 잘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내게 급한 것은 미학보다는 토익과 한자 공부 아닌가? 그렇지만 진중권씨의 강의는 매력적이고 미학은 내가 알고 싶은 영역에 대한 해답을 가져다준다. 일단 이미 저지른 일 강의는 전부 소화하려고 한다.

 

 

4

요새 <부의 미래>를 필사하는 것이 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위에도 갑자기 엄청난 레포트를 작성해버렸듯이 지금은 비문학적 문장을 구사하는데 어느 정도 도가 튼 것 같다. 그렇지만 방심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논문도 한편 쓰지 않았고, 사실 다음주 화요일까지 또 한편의 레폿을 작성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걸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거든. 즉 책 한권은 우습게 뚝딱 써내는 필력을 갖기까지는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거다. 적어도 앨빈 토플러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평생 그만둘 것 같지 않다. 나도 텍스트 데이터 수집과 체화를 그만두어서는 안될 거다.

 

 

5

어제 강정구라는 친구가 이쪽에 놀러 왔다. 서울에 올라가는 김에 들렸다고 했는데, 어마어마한 짐을 들고 있어서 이거 이사를 가는 중이 아닌가 싶었다. 회기역에서 살면서 빚을 갚기로 했다고 한다. 무슨 빚? 물어보니 그동안 다단계를 해서 빚을 천 육백만 원을 졌대나 뭐래나.

나는 상관할 바도 아니고 피해만 입지 않으면 되지만, 정말 이녀석 갈데까지 가는구나 싶어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빚이 이렇게 불어난 지금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그쪽 사람들이랑 계속 지내는 거 보면 애가 학교로 돌아오는 날은 아주 소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애한테 연락이 계속 오는데 안 받았다. 귀찮아서였지만, 나는 어제 그게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친구가 연락하는데 좀 받아라, 고 했지만 네가 말하는 친구랑 내가 말하는 친구가 굉장히 다른 것 같구나, 친구야.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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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4

일기 2012. 5. 14. 22:44

0. 일주일만에 쓰는 것 같다. 정확히는 그보다 짧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전혀 일기를 쓸 기운이 나지 않았으니 일주일만이나 다를 바가 없다. 반성한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생각하면 무력해지고 귀찮아졌다. 이는 쉬운 것만 추구하려는 나의 못난 기질 때문이고 또 쓰는 것을 업으로 삼지 못한 나의 용기 없는 모습이다. 반성한다. 그동안 일기로 적을만한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안주하고 있던 자신의 안이함과 게으름을 반성한다. 반성한다. 지난 일기로부터 나를 성장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다음 일기로 또 그 깨달음을 이어내지 못한 나를 반성한다.

 

 

1. 아침 일곱시 경 기차를 타고 영등포에서 조치원으로 내려왔다. 출근 시간 기차라 그런지 제법 붐비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예매를 해놓아서 죽 앉아서 갔다. 오는 길에 무료일간지인 메트로와 포커스, 그리고 무료 잡지 M25를 읽으면서 내려왔다. M25의 경우 읽을만한 내용은 전혀 없고 가십거리와 광고 뿐이었다. 집어들었던 자리에서 다시 제자리에 고이 돌려놓고 왔다. 포커스는 초반부에만 읽을 것이 있고 나머지는 광고에 가까웠다. 메트로는 대한민국 일간지 구독률 3위에 걸맞았다. 포커스와 같은 타블로이드판 무료 일간지이지만 내용이 나름 알차고 자기주장이 있다. 몇 가지 스크랩할 거리를 뽑아두어서 오늘 그것을 즐겨찾기와 블로그를 통해서 기록해둔다.

 

 

2. 토요일에 조선일보와 경향신문도 샀는데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역시 국내제일의 일간지답게 두껍고 내용도 알차다. 다만 집권당을 지지하는 여당신문 답게도 국가주의적 기질을 숨기지 않아서 불쾌한 면이 있었다. 어떠한 주장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기사의 논조를 비슷한 것끼리 엮는다거나, 사진이나 통계같은 자료를 허투루 쓴다거나, 극단적인 성격의 외부기고가를 지면에 싣는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반면에 문화면 같은 지면에서는 정부를 비판한다든지 사회비판적 성격의 기사를 실어 놀라움도 있었다. 토요일 자 조선일보의 백미는 WeeklyBIZ이다. 다른 일간지의 경제 부속지에 속하는 이 지면은 다른 경제지를 압도하는 놀라운 수준과 일관성있는 주장을 전해준다. 주말지에만 실리는 이 부속지 때문에 주말마다 조선일보를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반면에 경향신문은 토요일, 즉 5월 5일 어린이날이라는 기획을 잡아 대한민국의 불우한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단순히 톱페이지와 특집 기사뿐 아니라 사회 경제 면에서도 어린이날 특집과 발을 맞추는 기사를 고루 실어서 보기 좋았다. 교육면을 따로 만들어 수 페이지를 학원산업체의 광고에 쏟아붓고 경쟁과 교육열에 불을 지르는 타 일간지의 행태에 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통쾌하다. 경향신문에게 박수를 보낸다.

 

 

3. 서울 집에서 내려올 때 군복과 군화를 가지고 왔다. 고무링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서 형 것을 몰래 가져왔다. 쓰고 나서 돌려줄 생각이지만, 고무링을 그사이에 사지 못한다면 이걸 계속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형은 중국에 가 있으니 예비군 훈련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4. 서울에서 만화책을 여러 권 샀다. 만화책 전문 서점인 홍대 북새통 문고에서 8주년 기념으로 30%세일을 하길래 꼭 들리려고 했다. 목록이 전부 기억이 안나는데 대략 6만원 어치를 산 것 같다. 너무 무거워서 택배를 부쳤는데, 아마 배송이 수요일에 도착할 것이다. 아주 기대된다.

 

 

5. 그것 외에도 만화책 몇 권과 책을 조금 서울에서 직접 들고 오기도 했다. 그중에서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이란 책을 필사 하려고 가져 왔는데, 오늘 조금 써보니 역시 나츠메 소세키다. 문장이 아주 정갈하고 읽기 좋다. 일본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했던가.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에게 영향을 받았는지가 궁금하다. 내가 보기로는 아주 비슷한데, 이게 나츠메 소세키의 영향인지 아니면 다른 작가의 영향인지 모르겠다.

 

 

6. 점심은 학교에서 먹었다. 3000원짜리 커틀릿. 역시 평범한 맛이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1:1로 동급이다. 이정도면 만족한다.

 

 

7. 누룽지를 훈련시켜 보았다. 머리가 영특한 놈이라 역시 말을 잘 알아듣는다. 고집이 좀 있기는 한데, 몇 번 말을 듣게 했더니 금방 고분고분 해졌다. 이러다보면 유대도 강해지고 더 무던한 성격이 되려나. 강아지 다리가 걱정이다.

 

 

8. 저녁으로 누나가 동태탕을 끓여주었다. 마트에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사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맛있다. 다만 양이 그리 많지가 않아서 내일이면 금방 다 먹을 것 같다. 누나는 그냥 파닭을 시켜먹고 싶어하는 눈초리였는데, 나는 누나가 주기적으로 요리를 하는 편이 누나 자신에게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근하게 외식을 못하도록 압박을 넣고 있다. 어차피 나는 식객이라 뭐라고 할 입장은 못되지만 다 누나가 걱정되기 때문에 하는 짓이다.

 

 

9. <조선제왕신위>의 감상문을 썼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그냥 대충 써버렸다. 요지도 불분명하고 말도 갈팡질팡이다. 쳐다보기도 싫어서 구석에 던져두었다. 그래도 내일 들고 가야 점수를 받을 터이니 기억은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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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7

일기 2012. 5. 7. 23:59

조선시대 말기의 이경주라는 문필가가 일기를 썼다. 그것도 13년간 매일매일 빠짐없이. 그것이 흠영이라는 서적인데, 참으로 나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다.

더욱 부끄러운 일은 앞으로 시작하는 이 일기가 매일을 보장할 수가 없어서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가 부끄럽다는 사실이다. 부끄럽다.

 

 

1. 새로운 한주가 밝았다.

 

2. 전날 밤 아홉시 께에 잤는데 아홉 시간은 잔 느낌이다. 덕분에 전전날 먹은 술은 다 깼다. 그래도 시간이 아깝다.

 

3. <통합영어 (강독)> <선비의 정신세계> 수업을 듣고 왔다. <선비의 정신세계>는 위에 적었듯이 흠영이라는 일기를 발견한 것이 큰 수확이었다. 강독 교수님은 언제나 자기만의 시각으로 영문을 녹여내어 전해준다. 그 시각이 바른 것은 아니지만 넓고 명확해서 내가 즐기는 수업중에 하나다. 내 실력으론 어려운 텍스트들이기에, 웃으면서 읽도록 해주시는 교수님이 조금 고맙다.

 

4. 이상하게도 점심 시간에 잤다. 아홉 시간을 잤는데 그렇게 졸립다니, 아마 위가 많이 약해진 모양이다. 점심으로는 양식을 먹었는데, 우리 학생식당은 항상 양식과 한식의 두가지 메뉴를 점심에 내놓는다. 둘 다 3천원 남짓으로 학생이 먹을 수 있는 가장 싼 점심중에 하나일 것이다. 학생식당의 석식은 메뉴가 한가지다. 아직 먹어본 적 없다.

 

5. 오는 길에 D마트라고 하는 근방에서 가장 큰 마켓을 들렸다. 여기보다 큰 곳을 찾으려면 홈플러스까지 나가야 할 거다. 큰 곳이라서 그런지 제법 활기가 있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잔뜩 들어서있어서일 것이다. 순두부를 하나 사서 들어왔다. 누나가 순두부로 찌개를 끓인다더니 끓이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6. 집에 오니 누나가 배변판을 큰 것으로 교체했다. 크다고 해도 시트보다는 작아서, 시트 끝을 조금 접어서 넣어야 한다. 자주 갈기가 귀찮다고 해서 큰 것으로 바꿨는데, 여름이면 사실 자주 가는 것이 좋아서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7. 밥이 남은게 없어서 누나가 배달을 시키자고 했다. 내가 보기에 우리집은 너무 자주 외식한다. 사실 요리하는 것도 그리 싼 것은 아니지만, 외식 빈도를 반으로 줄이면 한달에 십만원 이상은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냥 시키는대로 묻어가서 먹었다. 나는 간짜장, 누나는 볶음밥을 먹었다. 간짜장은 조금 탄 맛이 났다.

 

8. <무의도 기행>을 읽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으로 비판했다. 정말 잘 짜여진 비극이다. 교과서적이다.

 

9. 걸레를 이틀 전에 빤 것을 떠올렸다. 세탁기를 열어보니 그대로 있었다. 바닥에 그냥 말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강아지가 거기다 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빨랫대에 널었다. 걸레가 그다지 깨끗해진 기분이 들지 않는다. 누나가 옥시크린을 넣어서 물에 불려두어야 때가 빠진다고 했다. 유념해야겠다.

 

10. 북새통에서 8주년 할인행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 가봐야겠다. 미리 구입목록을 뽑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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