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일주일만에 쓰는 것 같다. 정확히는 그보다 짧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전혀 일기를 쓸 기운이 나지 않았으니 일주일만이나 다를 바가 없다. 반성한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생각하면 무력해지고 귀찮아졌다. 이는 쉬운 것만 추구하려는 나의 못난 기질 때문이고 또 쓰는 것을 업으로 삼지 못한 나의 용기 없는 모습이다. 반성한다. 그동안 일기로 적을만한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안주하고 있던 자신의 안이함과 게으름을 반성한다. 반성한다. 지난 일기로부터 나를 성장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다음 일기로 또 그 깨달음을 이어내지 못한 나를 반성한다.
1. 아침 일곱시 경 기차를 타고 영등포에서 조치원으로 내려왔다. 출근 시간 기차라 그런지 제법 붐비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예매를 해놓아서 죽 앉아서 갔다. 오는 길에 무료일간지인 메트로와 포커스, 그리고 무료 잡지 M25를 읽으면서 내려왔다. M25의 경우 읽을만한 내용은 전혀 없고 가십거리와 광고 뿐이었다. 집어들었던 자리에서 다시 제자리에 고이 돌려놓고 왔다. 포커스는 초반부에만 읽을 것이 있고 나머지는 광고에 가까웠다. 메트로는 대한민국 일간지 구독률 3위에 걸맞았다. 포커스와 같은 타블로이드판 무료 일간지이지만 내용이 나름 알차고 자기주장이 있다. 몇 가지 스크랩할 거리를 뽑아두어서 오늘 그것을 즐겨찾기와 블로그를 통해서 기록해둔다.
2. 토요일에 조선일보와 경향신문도 샀는데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역시 국내제일의 일간지답게 두껍고 내용도 알차다. 다만 집권당을 지지하는 여당신문 답게도 국가주의적 기질을 숨기지 않아서 불쾌한 면이 있었다. 어떠한 주장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기사의 논조를 비슷한 것끼리 엮는다거나, 사진이나 통계같은 자료를 허투루 쓴다거나, 극단적인 성격의 외부기고가를 지면에 싣는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반면에 문화면 같은 지면에서는 정부를 비판한다든지 사회비판적 성격의 기사를 실어 놀라움도 있었다. 토요일 자 조선일보의 백미는 WeeklyBIZ이다. 다른 일간지의 경제 부속지에 속하는 이 지면은 다른 경제지를 압도하는 놀라운 수준과 일관성있는 주장을 전해준다. 주말지에만 실리는 이 부속지 때문에 주말마다 조선일보를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반면에 경향신문은 토요일, 즉 5월 5일 어린이날이라는 기획을 잡아 대한민국의 불우한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단순히 톱페이지와 특집 기사뿐 아니라 사회 경제 면에서도 어린이날 특집과 발을 맞추는 기사를 고루 실어서 보기 좋았다. 교육면을 따로 만들어 수 페이지를 학원산업체의 광고에 쏟아붓고 경쟁과 교육열에 불을 지르는 타 일간지의 행태에 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통쾌하다. 경향신문에게 박수를 보낸다.
3. 서울 집에서 내려올 때 군복과 군화를 가지고 왔다. 고무링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서 형 것을 몰래 가져왔다. 쓰고 나서 돌려줄 생각이지만, 고무링을 그사이에 사지 못한다면 이걸 계속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형은 중국에 가 있으니 예비군 훈련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4. 서울에서 만화책을 여러 권 샀다. 만화책 전문 서점인 홍대 북새통 문고에서 8주년 기념으로 30%세일을 하길래 꼭 들리려고 했다. 목록이 전부 기억이 안나는데 대략 6만원 어치를 산 것 같다. 너무 무거워서 택배를 부쳤는데, 아마 배송이 수요일에 도착할 것이다. 아주 기대된다.
5. 그것 외에도 만화책 몇 권과 책을 조금 서울에서 직접 들고 오기도 했다. 그중에서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이란 책을 필사 하려고 가져 왔는데, 오늘 조금 써보니 역시 나츠메 소세키다. 문장이 아주 정갈하고 읽기 좋다. 일본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했던가.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에게 영향을 받았는지가 궁금하다. 내가 보기로는 아주 비슷한데, 이게 나츠메 소세키의 영향인지 아니면 다른 작가의 영향인지 모르겠다.
6. 점심은 학교에서 먹었다. 3000원짜리 커틀릿. 역시 평범한 맛이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1:1로 동급이다. 이정도면 만족한다.
7. 누룽지를 훈련시켜 보았다. 머리가 영특한 놈이라 역시 말을 잘 알아듣는다. 고집이 좀 있기는 한데, 몇 번 말을 듣게 했더니 금방 고분고분 해졌다. 이러다보면 유대도 강해지고 더 무던한 성격이 되려나. 강아지 다리가 걱정이다.
8. 저녁으로 누나가 동태탕을 끓여주었다. 마트에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사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맛있다. 다만 양이 그리 많지가 않아서 내일이면 금방 다 먹을 것 같다. 누나는 그냥 파닭을 시켜먹고 싶어하는 눈초리였는데, 나는 누나가 주기적으로 요리를 하는 편이 누나 자신에게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근하게 외식을 못하도록 압박을 넣고 있다. 어차피 나는 식객이라 뭐라고 할 입장은 못되지만 다 누나가 걱정되기 때문에 하는 짓이다.
9. <조선제왕신위>의 감상문을 썼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그냥 대충 써버렸다. 요지도 불분명하고 말도 갈팡질팡이다. 쳐다보기도 싫어서 구석에 던져두었다. 그래도 내일 들고 가야 점수를 받을 터이니 기억은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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