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01

일기 2012. 10. 1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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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내리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1

어둠이 떨어지자 두런거리는 모습이며 웅성이는 소음 모두가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긴 듯도 하고, 짧은 듯도 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져, 어둠 속에서 주인공을 밝혀냈다. 그는 마치 처음부터 빛 속에 서 있던 것 같았다. 그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마치 내리쬐는 빛을 빨아들이듯, 그가 가슴 깊이 심호흡을 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움직이는 때가 바로 극의 시작이었다. 그가 눈을 뜨는 때가 막이 오르는 때였다. 모두가 그의 감긴 눈꺼풀이며 부풀어 오른 흉곽을 애타게 바라보면서, 막이 오르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펄쩍 뛰었다. 팔을 치켜올렸다. 그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고 무대를 선뜻 가로질러 나갔다. 어둠을 아랑곳 않는 동작이었다. 당연한 것처럼 빛이 그를 따라갔다.

그가 디딘 곳에 땅이 생기고 그가 수그린 곳에 물이 생겼다. 이윽고 그가 눈을 뜨자 빛이 폭발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빛이 내리쬐지 않는 곳이 없었고, 그 온기로 무대가 가득 찼다. 찬란한 빛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어둠을 치워냈다. 그의 몸짓 한 번 한 번에 무대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어디선가 탄성이 터졌다. 무대는 어느새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그 곳은 바라는 자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주는 세계였다.


지켜보던 이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무대로 올라섰다. 주인공이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거기에 지지 않겠다는듯이 다른 이들도 하나 둘 무대에 뛰어들었다. 주인공은 참을 수 없다는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는 아직 무대에 올라갈지 말지를 어영부영 고민하는 어둠 속의 사람들에게 뛰어들어, 그들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이끌었다. 마치 나와 함께 춤추지 않겠냐는 마냥. 사람들은 그의 손에 이끌려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맨발로 물을 튀기고 흙을 밟으며 춤췄다. 그리고 춤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쳤다. 그것이 바람이 되고 불꽃이 되었다.


축제가 끝나자 주인공은 빛을 등졌다. 사람들은 지쳐서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빛 속의 사람들에게 절하고 어둠속으로 조용히 걸어나갔다. 빛이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가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1.1

신의 빛, 신의 불, 신의 바람, 신의 물


알의 빛, 알의 불, 알의 바람, 알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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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이브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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