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野原々(쿠사노 겐겐)】
1990년 출생. 2016년 <최후이자 최초의 아이돌>로 제4회 하야카와 SF콘테스트 '특별상'을 수상한 하여 작가로 데뷔했다.
■그것은 애니메이션이다
케모노 프렌즈. 그것은 애니메이션이다. 이름 그대로 동물(케모노)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이 올해(최근 1, 2주간) 트위터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인기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이 가장 주목받는 제1화가 바로 그것이다. 1화 방영 후에는 각 에피소드 방영 때마다 주목도가 1주 간격으로 올라가는 법인데, <케모노 프렌즈>의 경우 그 법칙이 맞지 않는 듯하다. <케모노 프렌즈>는 1화 방송 직후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4화 즈음부터 폭박적으로 언급 횟수가 늘었다. 지금은 트위터 어디를 보더라도 케모노 프렌즈와 관련된 트윗을 마주칠 정도이다.
우리들은 과거로부터 배운다. 무서운 현상이 일어나면 과거를 되돌아본다. 이런 현상에 가장 가까웠던 건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였다. 이 '마마마'는 3화 직후부터 언급 횟수가 급격히 상승하더니, 단순한 붐에 그치지 않고 그 인기가 최종화까지 이어졌다. 마마마는 '초'가 붙을 정도의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이런 경향이 계속되면 <케모노 프렌즈>도 '초'가 붙을 정도의 인기 애니메이션이 되어, 극장판도 나올지 모른다. SF라는 점에 착안해서 하야카와 서방도 <케모노 프렌즈>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내게 이 칼럼을 써줄 것을 의뢰한 것이다. 가끔씩 트위터에 <케모노 프렌즈>의 감상을 올렸던 게 계기가 되었다. 애니메이션 감상은 앞으로도 계속 트위터에 올려야 할 모양이다. 1
■구문으로 놀 뿐 아니라, 본격 SF이기도 하다
<케모노 프렌즈>가 유행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그 원인은 가볍게 붐에 참가하는 것도 가능한 동시에, 작품 자체에 깊게 고찰할 거리가 있어서라는 점이 수없이 지적되었다. 가볍게 붐에 참가? 이게 무슨 말인가? 가르쳐줘, 가르쳐줘! 참가할래! 그냥 트위터에 이렇게 쓰기만 하면 돼! "대~단해!" "재밌~어!" 이걸로 너도 프렌즈야! 익숙해지면 "너는 ○○가 특기인 프렌즈구나, 대~단해!"라고 써보도록 해! 다음에는 케모노 프렌즈에 나온 구문을 말해보자. 케모노 프렌즈 구문이 뭐야~? 지금 하고 있는 말투 말이야~. 우와~ 대~단해! 재밌~어!
물론 케모노 프렌즈는 구문을 갖고 노는 것 말고도, 깊게 고찰할 수 있는 본격 SF이기도 하다. 작품의 고찰을 촉진하는 요인, 그것은 과학와 실존의 일치다. 즉 세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캐릭터에 대해서 아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나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고찰이 흥하는 작품을 돌아보자. 캐릭터에 대한 질문이 그대로 세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케모노 프렌즈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 주인공 <가방>은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이며, 연령도 성별조차도 불명인 인물이다(이름조차 기억이 없기 때문에, 갖고 있던 물건인 가방을 이름으로 삼을 정도이다). 가방은 자신을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작품 세계가 어떻게 되어있는 지를 찾는 여행이기도 하다. '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세계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된다. 내우주가 클라인의 항아리처럼 외우주로 이어져 있다! SF 역사에서 외우주에 대한 탐구가 중심인 작가진(사이언스 파)와 내우주에 대한 탐구가 중심이 되는 작가진(픽션파)의 대립이 매번 문제가 되어 왔지만, 케모노 프렌즈는 양측의 요소를 겸비한 SF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우리는 누구인가'라고 프렌즈는 묻는다
더욱이 케모노 프렌즈의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캐릭터들은 다양한 동물을 의인화한 모습이며 각 동물의 특징을 가진 '프렌즈'이다. 이에 비해, 가방은 다름아닌 인류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장거리를 피로 없이 달릴 수 있다, 땀을 흘린다, 도구를 조합할 수 있다, 타자의 입장에 설 수 있다,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 분업을 지시할 수 있다... 아직 방영 도중이기에 단언은 할 수 없지만, 가방은 인류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주인공 자신에 대한 탐구의 여행은, 인류 자신에 대한 탐구의 여행으로 변화한다. TV 앞의 시청자는 캐릭터인 가방 안에 스스로의 존재를 발견한다. 가방의 탐구는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알아보는 탐구이다. 케모노 프렌즈에 대한 고찰이란 그 커다란 여행에 참가하고 싶다는 욕구의 발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실존에 대한 질문을 세계의 구조와 결부시켜 논하는 건 지금까지 SF장르에서 자주 행해진 일이다. 타임 트래블 SF는 시간 속에서 개인의 의지란 무엇인가를 테마로 논한다. 퍼스트 컨택트 SF는 우주 속의 인류의 위치를 탐구한다. 사이버펑크에서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자세를 생각할 수 있다. 페미니즘 SF에서는 젠더가 전제된 사회와 개인의 관계성이 의제로 오른다. 역사개변 SF에선 현재의 우리들과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 속의 우리들을 비교한다. 케모노 프렌즈는 동물과 사람의 비교를 통해 실존을 물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 있어 여기까지 본격적인 SF 작품이 히트했던 것은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이래 처음일 것이다. 마마마가 유행한 당시, SF계는 유행에 뒤쳐졌다. 그 때문에 스핀오프 작품은 수직 전개(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초점을 맛추는 것)이 많았고, 횡전개(작품세계의 연장선 상에서 본편과는 별개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는 아주 조금에 그쳤다. 지금이야말로 SF의 장기 분야인 세계 창조력을 발산할 때다. 나는 참가하겠다!
『이토 케이카쿠 트리뷰트2』
(<최후이자 최초의 아이돌>수록)
★덤 프렌즈들에게 추천하는 SF작품★
오노데라 히토시 <텍스트9 (テキスト9)>(하야카와 SF시리즈 J콜렉션, 2014)
케모노 프렌즈는 의인화 작품이면서 의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궁극까지 밀어부친 작품이다. 의인화란 대상을 유저 프렌들리하게 만들기 위해 현상을 조작하는 것이다. 그 의미에서 타인과 의식은 최초의 의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을 의인화한 것이 타자라고 하며, 자기를 의인화한 것이 의식이다. <텍스트9>에서는 의인화에 의해 온갖 우주가 연결되어 겹쳐진 세계를 무대로 삼고 있다. 온갖 것들이 의인화되었을 때 현실이란 것은 모습을 감추고, 남는 것은 번역의 전범인 '토라(torah)' 뿐이다. 제1회 하야카와 SF 콘테스트 최종후보작.
스타니스와프 렘 <타이헤이 용의 미래학회의>(하야카와 문고 SF, 개역판2015)
케모노 프렌즈는 의인화 작품인 동시에 디스토피아라고 하지만, 의인화인 동시에 디스토피아라고 하면 바로 이 작품일 것이다. 의인화의 방법 중 하나로 약을 하는 걸 들 수 있다. 약을 하면 주변의 세계와 물체가 말을 걸어온다. 그건 의인화이다. 자기 안의 싫은 기억이나 컴플레스가 의인화되어 이야기를 걸어올 때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적당한 약을 투여하면 현실의 유저 인터페이스 구조가 개선되어, 살아가는 난이도가 내려간다. 작중에서는 발전한 테크놀러지에 의해 현실을 개조하는 몇 종류의 약이 개발되어 몇 겹이나 개조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콩그레스 미래학회의>란 이름으로 영화화되기도 했기에 이쪽도 보자.
브라이언 M.스테이블 포드 <타르타로스의 세계>시리즈(산리오 SF문고, 1979)
전 6권이지만 번역되어 있는 건 <천국의 얼굴> <지옥의 환영> <무한한 반짝임> 3권 뿐이다. 케모노 프렌즈에는 다양한 프렌즈가 나오는데, 이 시리즈에는 6종류의 프렌즈가 나온다. 프렌즈 탄생의 계기는 '유트로니아 지복천년(밀레니엄)'이라고 불리는 전 지구 규모의 운동이다. 환경이 회복불가능이라는 걸 깨달은 인류는 지구의 주변에 껍질을 건설하고, 거기에 유토피아를 만든다. 이후 1만년에 걸쳐 껍질 위쪽에 '천국'과 아래쪽에 '지옥'으로 분리되기에 이른다. '지옥'은 가혹한 환경과 유전자 공학에서 태어난 6종류의 프렌즈가 태어났다. 현생인류의 특징을 강하게 보이는 '진인', 육식종으로 스스로를 개조한 인류 '아리마인', 단위생식하는 인류 '크츄마이네토인', 쥐를 자손으로 삼은 형이상학적 생명 '잿빛 혼', 고양이에서 진화한 작은 그룹이자 방랑하는 '하르킨인', 개에서 진화한 '할로우핸드'가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지옥'쪽은 동물만이 존재하는 가혹한 세계다. 이런 상황에서 1만년 가까이 접촉을 않고 있던 '천국'과 '지옥'은 어느날 교류를 재개하여, 큰 소동이 시작된다.
로버트 실버벅 <밤의 날개>(하야카와 문고SF, 1977)
"너는 ○○가 특기인 프렌즈구나, 대~단해!"라는 게 가장 널리 퍼진 프렌즈 구문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마치 그 구문을 구현화한 것 같은 작품이다. 날씨관리실험의 실패로 황폐해진 지 수천년 후의 지구가 무대이다. 과거에 노예로 취급받던 이계인의 보복이 두려워, 지구인들은 스스로 유전자를 개조해 다양한 '프렌즈'가 아닌 '길드'로 나누어진다. 텔레파시부터 성간 공간을 보는 게 특기인 '감시자', 뇌를 컴퓨터 대신 사용해 역사를 지어내는 '기억자', 나비 같은 날개로 하늘을 나는 게 특기인 '후나히토' 등등. 주인공은 가방 일행처럼 긴 여행을 통해 최종적으로 따돌림이 없는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는 세계를 만들게 된다.
필립 K.딕&로저 젤라즈니 <분노의 신>(산리오 SF문고, 1982)
아마도 역사상 가장 <케모노 프렌즈>에 가까운 SF 작품일 것이다. 무대는 핵전쟁 이후의 지구. 도시문명은 파괴당했지만 사람들은 몇 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산업혁명 전의 레벨로 생활하고 있다. 핵에 의해 돌연변이로 진화가 급속화하여, 몇 개의 동물과 곤충이 지성화했지만, 인류와 싸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러져가는 선배 종족으로 동물들에게 존경을 받을 정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케모노 프렌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설정이지만, 작품의 스토리도 케모노 프렌즈 그 자체이다. 전쟁 이후 나타난 종교 '분노의 신의 하인교단'에 속한 화가 티볼은 어느날 순례 여행을 떠난다. 교단은 루후토오이펠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서 그 모습을 알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거기에 위기감을 느끼던 그리스도 교도 피트 선즈는 티볼을 말리기 위해 추적을 개시한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대로 가방과 서벌을 뒤쫓는 페넥&미국너구리와 같은 구도다. 신화적인 분위기와 목가적 분위기의 절묘한 조합은 그야말로 케모노 프렌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현재 필립 딕 장편 중에선 드물게 절판된 작품이지만, 분명히 케모노 프렌즈의 인기 덕으로 복간될 것이다.
츠쿠미즈 <소녀종말여행>(신초샤 BUNCH COMICS, 2014~)
마지막으로 앞으로 평가받을 이 작품을 꼽겠다. '따스한 디스토피아'라고 이름 붙었지만, 이 장르는 앞으로 커질 것이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아마도), 문명이 붕괴한 후 두 사람의 소녀가 여행한다. 목가적이라고 할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감각이 케모노 프렌즈를 연상시킨다. 문명붕괴의 원인도 소녀들의 과거도 불명이지만, 여행 도중 조금씩 수수께끼가 풀려간다(풀려가나?). 현재 웹에서 연재중이니 보도록 하자! 분명히 머지않아 애니화도 결정될 것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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