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oki Ichinei

Naoki Ichinei

gooma편집장. 노룬 수상 스키장에서 진짜로 조난당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최저 라면 한 그릇을 먹지 않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엄청나게 찐다. Twitter: @1nei mail: 1nei(at)gooma.jp

좋은 아침~!!! 히라가나를 쓸 수 있는 프렌즈 이치네이입니다.

벌써 자파리 파크에 들어온 여러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오오타 시 출신의 우치다 아야 씨가 성우로 출연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모노 프렌즈>가 TV도쿄에서 방영되고 있습니다.

엥? 아직 들어가지 않았어? 그거 동물애호법 위반 아냐? 괜찮아?

괜찮지 않습니다. <케모노 프렌즈>는 무려 인류와 세계를 생각해 볼만한 소재로서 무척 유용한 애니메이션이거든요.

그런 이유에서 군마 현의 여러분도 <케모노 프렌즈>를 보고 인류에 대해 생각해봅시다.자, 시작!

케모노 프렌즈란

거대시설 '자파리 파크'에 기억상실 상태로 나타난 '가방'이라는 아이가 수수께끼의 에너지 물질 '샌드 스타'의 영향으로 변신해 소녀의 모습이 된 동물들 프렌즈와 함께 이런저런 곳에서 다양한 프렌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간다... 는 이야기.

처음에는 귀여운 프렌즈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게 전부라고 여길 법한 작품이지만,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수수께끼가 늘어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차례로 나타나는 수수께끼와 고찰


'가방'과 함께 여행하는 '서벌'은 편차치[각주:1]가 2 정도의 어휘력을 갖고 있기에 보는 것만으로 바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프렌즈들의 비주얼은 엄청나게 귀엽습니다.

거기다가 스토리나 전개의 드라마성이 거의 없습니다. '가방' 일행에 심각한 위험이 일어나지도 않고, 만나는 프렌즈들도 모두 상냥합니다.

이런 점을 볼 때 표면적으로 '프렌즈들을 보는 것', 즉 캐릭터를 소비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도 보입니다. 

하지만 폐허가 된 유원지의 사진이 담담하게 흘러가는 엔딩, 함께 여행하고 있는 로봇 '보스'가 프렌즈에게는 전혀 말을 걸지 않는 것, '가방'만 정체가 불명이며 도구의 사용법을 알고 있는 점으로부터,

  • 자파리 파크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동물원이 아닌가?
    '가방'은 '인간 프렌즈'가 아닌가?
    인류는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전하려는 것 아닌가?

등의 고찰이 마구 튀어 나옵니다.

이런 점은 CK@デジモノに埋もれる日々 씨가 블로그에 알기 쉽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케모노 프렌즈>는 4화에서 표변하여 불이 붙었다. 인간이 초래한 '예지의 시간'

말하자면 이 애니메이션의 구조는 '이 다음 어떻게 되는 거지?' 처럼 두근거리게 되어있는 게 아니라, '제작자의 의도는 뭐지?' 라는 식으로 시청자를 이끌어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고찰이 나올 것은 예상되어 있었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제작측은 시청자로부터 이러한 고찰이 나올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건 아닌가? 라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매 에피소드마다 드라마가 너무 없으니 스토리에 일희일비할 리도 없고, CG로 그렸기에 작화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일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알 듯한 분명한 수수께끼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일주일에 1화씩 진행하는 매체에 방영한다면, 모두 그 수수께끼에 달려들지 않을까요?
그때마다 온갖 고찰이 난무할 것 쯤은 상상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는 것은 <케모노 프렌즈>는 고찰이 나올 거라고 여기고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은 세계를 조작하는 프렌즈

여기서 이야기를 '인간'이라는 생물로 옮겨가 봅시다.

아리모토 노리후미 씨와 오카베 다이스케 씨가 2008년에 쓴 '디자인드 리얼리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은 주어진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 의미와 역할을 나누어 조작(디자인)해 본래 가진 능력의 한계를 넘는 게 가능한 생물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이 책의 153 페이지를 열겠어-!'라고 생각해도 인간의 눈과 손끝의 성능으로는 거의 무리에 가깝지만, '책 가장자리를 접는다' '책갈피를 꼽는다' 이런 궁리만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즉 인간은 세계를 조작할 수 있는 프렌즈인 것이다.

이걸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인간은 이기적인 데다 자연을 붕괴시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이러지 않았으면 인간은 살아가는 게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지식을 구사해서 세계를 디자인하지 않는 한, 동물들의 손톱과 이빨, 사나운 날씨에 무너져 순식간에 멸망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를 조작하지 않으면 인간의 생활은 유지될 수 없기에, 우리는 매일 디자인을 갱신하기 위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동물원에서 구경거리로 삼는 동물이 불쌍하다, 보호소에 맡겨진 개나 고양이를 죽이는 건 너무하다, 인간의 주거를 위해 삼림을 베어내는 건 환경파괴다... 등등 인간이 자연에게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여기는 풍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방'이 하고 있는 일이야말로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의 존재 자체를 구현한 듯한 '가방'은 다른 프렌즈들에게는 없는 지식을 써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예를 들면 강에 다리를 놓거나, 집을 지을 때 분업화를 제안하거나...
이건 그야말로 자연에 대한 개입 아닙니까. 통나무나 동물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세계를 디자인하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케모노 프렌즈를 보고 고찰하는 시청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케모노 프렌즈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여기엔 이런 구도가 있는 것 아닐까'하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도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연이나 동물에게 개입하는 것은 악'이라고 외치는 것은, 모순되어 있는 건 아닐까요.

케모노 프렌즈는, 그런 인간의 모순조차도 끌어안는다

인간은 모순되어 있습니다.
케모노 프렌즈는 그 사실을 훌룽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파리 파크는 인간을 쫓아내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케모노 프렌즈의 오프닝 '어서오세요 자파리 파크에'의 가사에도 써 있듯이, 자파리 파크에는 '케모노는 있어도, 따돌림(노케모노)는 없어'라는 것입니다.

서벌은 '대-단해!' '와-이!' '즐거-워!' 정도밖에 말할 수 없지만, 저는 그 말에서 '인간은 인간답게 살면 된다, 그게 동물에게 뭔가 영향을 주더라도 그것조차 자연의 일부다...' 라는 메시지를 느낍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안심하고 바보가 되어서, 케모노 프렌즈를 보면 되는 겁니다.
가끔씩 조금 까다로운 고찰을 더하는 것도 좋겠지요.

자파리 파크는 인간의 모순도 포함해서, 세계 모두를 용서하고 끌어안는 낙원이니까요.거의 종교에 가깝네요.

Naoki Ichin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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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ma편집장. 노룬 수상 스키장에서 진짜로 조난당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최저 라면 한 그릇을 먹지 않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엄청나게 찐다. Twitter: @1nei mail: 1nei(at)gooma.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