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리수’ 딜레마에 빠졌다. 이명박 시장 당시부터 정수시설 설치 등을 위해 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퍼부었지만 아리수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여전히 ‘마실 수 없는 수돗물’이기 때문이다.
역시 이명박 시장 당시부터 준비했던 페트병 아리수의 판매도 막힌 상태다. 시민들의 피같은 세금이 투입된 정책을 접을 수도, 접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모습이다.
◇ 음용률 1% 안돼..달리 방안도 없어
박 시장은 지난 16일 일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한달음에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로의 상수도사업본부를 찾았다. 일본 요코하마 가와이 정수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풀어놓고 직원과 아리수 활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역대 시장 중 상수도사업본부를 방문한 시장은 박 시장이 유일하다.
일본에서도 박 시장의 머릿속은 아리수로 가득했다. 요코하마 시민의 수돗물 음용률은 40%에 달했다. 반면 서울시민의 수돗물 음용률은 1%에 못미치는 실정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4973억원을 투입해 아리수 고급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개 정수장에 신개념의 최첨단 정수기법을 도입해 수돗물에서 나는 특유의 맛과 냄새를 없애고 오존 소독 과정을 추가하는 등 수돗물의 수질과 맛을 좋게 만들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도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놨지만 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땅히 음용률을 높일 방안이 없는 것도 또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 페트병 유료화 막혀..해외 진출도 올스톱
서울시가 국내 판매와 해외 진출을 염두해 두고 생산하기 시작한 350ml 페트병 ‘아리수’는 더욱 골칫거리다. 수돗물 병입 판매 시설비만 강북아리수정수센터 17억원, 영등포센터 30억원 등 모두 47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때의 일이다.
서울시는 페트병 아리수의 유료 판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번번이 국회에서 막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편의점·슈퍼마켓에서 페트병 수돗물 판매를 허용하도록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내 여론을 감안해 국내 판매는 하지 않고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도 멈춘 상태다. 현행법상 국내에 시판되지 못하는 물 제품의 해외 판매가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트병 아리수는 청와대 등 정부기관과 공공행사에 제공되고 있다. 또 가뭄, 수해, 지진 등 재해 발생지역에 지원품 형태로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과 서울사회공공성연대회의 관계자는 “페트병 수돗물을 판매하면 일반 수돗물에 비해 700~800배 가격이 비싸진다”며 “시민 세금을 페트병에 쏟아붓느니 수도관을 유지, 보수하는데 사용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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