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잠깨는 ‘성과공유제’… 재계 “이익공유제보다는 낫다”
허창수 전경련회장, 지경부장관 만나 “확산 노력”
정부, 출연금의 7% 법인세 인하 - 동반성장 가점도
2006년 상생법에 처음 규정됐지만 그동안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성과공유제’가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정부가 성과공유제를 채택하는 대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약속한 데다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에 몰린 재계도 이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3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성과공유제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올 초 동반성장위원회의 이익공유제 논의에 불참으로 강하게 맞섰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기업계는 다수의 협력사와 초과이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보다 지원 대상이 프로젝트별로 한정돼 있는 성과공유제가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성과공유제의 대표적인 예는 한국서부발전이 친환경 ‘대용량 스마트 리튬 배터리’ 개발에 나선 협력사 STB를 지원한 것이다. 개발이 성공하자 서부발전은 STB와 3년간 38억 원어치의 배터리를 사주겠다는 일대일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했다.
반면 이익공유제는 대기업 A사가 전체 협력업체와 연초에 목표이익을 합의하고 연말쯤 실제 이익이 나오면 목표이익을 초과해 발생한 이익을 개별 협력사들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식이다. 예컨대 A사의 협력업체인 B사의 기여도가 5%이고 초과이익이 100억 원이 났다면 B사에 5억 원을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과공유제의 효과는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현재 성과공유제를 채택한 포스코 등 28개 대기업의 2009∼2010년 협력사 성과공유 규모는 모두 751억 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성과공유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익공유제보다 부담이 덜한 성과공유제를 차라리 낫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협력사와 개별적으로 사전계약을 맺는 성과공유제는 전체 협력사를 상대해야 하는 이익공유제에 비해 대기업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지경부도 성과공유제를 내세워 동반성장위에 빼앗겼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는 움직임이다. 정 전 위원장이 최근 사퇴하면서 전경련 해체와 더불어 현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를 강하게 비판한 것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대기업이 성과공유제 시행을 위해 재원을 출연하면 이 금액의 7%만큼 법인세를 깎아주고 동반성장지수 가점도 주기로 했다.
:: 성과공유제와 이익공유제 ::
성과공유제란 대기업의 지원을 받은 협력회사가 원가 절감,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을 이뤘을 때 대기업이 해당 중소기업에 현금 보상, 장기 계약, 공급물량 확대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이에 비해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전체 협력회사와 합의해 목표이익을 정하고 실제 이익이 이를 넘어서면 초과한 만큼을 협력사들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으로, 성과공유제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http://news.donga.com/3/all/20120409/45406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