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술렁이는 포스코
박영준 前 차관 비리 연루, 說재무구조 악화까지 겹쳐
정기 이사회 무거운 분위기
11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정기이사회가 열렸다. 정권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비리 사건에 포스코 이름이 오르내리는 데다 경영상태마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는 "(인사개입설 등) 최근 불거진 일과 관련해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추궁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며 "(포스코의) 재무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는데, 경영진이 이사회에 재무개선과 구조개편 등에 대한 내용을 추후 보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재무개선이나 구조개편 등의 이야기는 이미 나온 것들"이라며 "SKT와 KB금융, 하나 금융지주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재무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상장을 추진 중인 포스코 특수강의 기업공개(IPO) 등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의 문제는 무리한 투자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와 박영준 전 차관의 비리 연루 의혹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박 전 차관은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사업인 파이시티 시공사로 포스코 건설이 선정되는 과정에 개입했고, 2009년 2월 정준양<사진> 회장 선임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스코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경영 위기와 정권 말기 리더십 위기가 동시에 터진 상황"이라며 "포스코의 미래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재무 위기는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 원인이다. 정 회장은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3조37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작년 말까지무려 20건이 넘는 기업 인수와 국내외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강행했다. 포스코의 부채비율이 2009년 54.5%에서 작년 92.4%로 치솟았고, 이로 인해 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또 시중에는 포스코가 재정난 타개와 안정적인 철강 수요처 확보를 위해 삼성그룹과 계열사를 맞바꾸는 '빅딜'을 단행한다거나, 대치동 포스코 센터를 매각한다는 등 황당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포스코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 회장을 음해하려는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회사 실적도 2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이사회에서도 성과공유제와 포스코 장학재단 추가 증여 등 지극히 실무적인 내용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실무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 외에 최근에 포스코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